속도/이원규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는
인간들의 동화책에서만 나온다
만약 그들이 바다에서 경주를 한다면?
미안하지만 이마저 인간의 생각일 뿐
그들은 서로 마주 친 적도 없다
비닐하우스 출신의 딸기를 먹으며
생각한다 왜 백 미터 늦게 달리기는 없을까
만약 느티나무가 출전한다면
출발선에서 슬슬 뿌리를 내리고 서 있다가
한 오백년 뒤 저의 푸른 그림자로
아예 골인 지점을 지워 버릴 것이다
마침내 비닐하우스 속에
온 지구를 구겨넣고 계시는
스스로 속성재배 되는지도 모르시는
인간은 그리하여 살아도 백년을 넘지 못한다
'좋아하는 시(詩 능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백/도종환 (0) | 2011.09.14 |
---|---|
내 몸 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김선우 (0) | 2011.09.14 |
오늘의 노래/이회중 (0) | 2011.09.14 |
기러기 뱃속에서 낟알과 지렁이가 섞이고 있을 때/차창룡 (0) | 2011.09.14 |
할머니와 어머니/문정희 (0) | 2011.09.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