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영혼의 눈/허영만

능선 정동윤 2011. 9. 15. 16:41

영혼의 눈/허영만

 

 

이태리 맹인 가수의 노래를 듣는다

느티나무 속잎 틔우는 봄비를 미세하게 가라앉는

꽃그늘도 본다. 바람 가는 길을 느리게 따라가거나

푸른 별들이 쉬어가는 샘가에서 생의 긴 그림자를

내려놓기도 한다. 그의 소리는 우주의 흙냄새와 물냄새를

뿜어낸다, 은방울꽃 하얀 종을 울린다.붉은 점 모시나비

기린초꿀을 빨게한다. 금강소나무 껍질을 더욱 붉게 한다

아찔하다. 영혼의 눈으로 밝음을 이기는 힘!

저 반짝이는 눈망울 앞에 소리 앞에

나는 도저히 눈을 뜰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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