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슨 자전거와 해바라기와 나/이경림
문간에는 녹슨 자전거가 있었습니다
담 너머 해바라기들이 일렬로 서 있었습니다
해는 中天에서 떠서 中天으로 졌습니다
안장에 中天을 앉히고 자전거가 해를 보고 있었습니다
정수리에 까맣게 제 씨를 심은 해바라기들이 해를 보고 있었습니다
우물 같은 가마 하나를 정수리에 몰래 이고 내가
빈 항아리처럼 앉아 있었습니다
녹슨 자전거가 선 채로 오후 두시 속으로 날아갈 때
어떤 것도 흔들지 않는 바람이 일었습니다
해바라기들이 한꺼번에 노랗게 웃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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