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강의 이마를 짚어주는 저녁 어스름/배한봉

능선 정동윤 2011. 9. 16. 09:11

 

강의 이마를 짚어주는 저녁 어스름/배한봉

 

 

물고기에게 물은 살과 피, 아니 먼 조상들, 아니 물고기에게

물은 연인, 아니 아니 물고기에게 물은

달을 품고 있는 우주

 

나는 한번도 물속에서 살아본 적 없다

물고기만큼 물을 사랑하고, 물과 키스하며

안과 밖이 맑은 물로 채워진 세계가 되어본 적 없다

 

지금은 강변 모래사장을 잃은 물이 뿌우연 침묵으로 아우성치는 시간

 

자궁을 긁어내고 혼절한 여자처럼

원치 않던 바닥을 긁어내고 누워 있는 강

 

나는 한번도 물에서 살아본 적 없다고 세 번 부정하지만

내가 사는 세계의 안과 밖에는 물이 가득 차 있다

 

과거의 나에게, 아니 아니 미래의 우리에게

보洑를 풀어 달라 아우성치는,

지금은 뿌우옇게 아픈 강의 이마를 저녁 어스름이 짚어주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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