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천골 물푸레나무 숲에서/이상국
이 작두날처럼 푸른 새벽에
누가 나의 이름을 불렀나
개울물이 밤새 닦아놓은 하늘로
일찍 깬 새들이
어둠을 몰고 날아간다
산꼭대기까지
물 길러 올리느라
나무들은 몸이 흠뻑 젖었지만
햇빛은 그 정수리에서 깨어난다
이기고 지는 사람의 일로
이 산 밖에
삼겹살 같은 세상을 두고
미천골 물푸레나무 숲에서
나는 벌레처럼 잠들었던 모양이다
이파리에서 떨어지는 이슬이었을까
또 다른 벌레였을까
이 작두날처럼 푸른 새벽에
누가 나의 이름을 불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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