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의 수리봉 정상을 몇 년 만에 올랐다.
어느 해 정월 초하루 아침에 해돋이 본다고 몰려간 이래
매 번 바라보기만 하였지 올라가지는 않았었다.
비봉의 진흥왕순수비도 얼마 만에 쓰다듬어 보았나.
비봉의 바위틈에서는 친구들의 웃음소리와 양지바른 곳에서 먹던
겨울의 진미 과매기의 기억이 솔솔 떠올랐다.
비봉에서나 수리봉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여느 때와 같을 지라도
눈에 들어오는 풍광의 느낌은 많이 달랐다.
누구와 함께 바라보느냐가 그 이유일 것이다.
친구들과의 익숙한 눈으로 조망하는 것과
형제들과 새삼스런 눈으로 내려다보는 풍경은 그 눈맛이 달랐다.
오늘은 평소에 스쳐가기만 했던 이북오도청이 눈에 잡혔다
통일을 대비해서 만들어 놓은 남쪽의 행정조직이 아닌가?
저 조직이 이곳을 떠나 휴전선을 통과하는 날은 통일이 된 시점이겠지
통일도 이렇게 날이 좋은 오월에 되었으면 좋겠다.
꽁꽁 언 겨울이나 뜨거운 햇살 작렬하는 여름이 아니라
신록 우거지고 많은 사람들이 야외로 나와 마음껏 거리를 쏘다녀도
좋을 오월에. 북한산의 팥배나무와 산사나무, 산딸나무의 하얀꽃이
오지게 피어나는 이 푸른 계절에 통일이 되었으면 좋겠다.
청수동암문 그 언덕은 역시 시원하였고 숨을 턱까지 뿜어 올린다.
한 때는 시간을 재며 뛰어 올라가 본 적도 있었는데 이제는
천천히 서두르지 않고 꾸준히 올라가는 것이 최선이 되었다.
청수동암문을 오른 뒤 물 한 모금 마시는 쾌감은 여전하였다.
욕심을 내어 의상능선을 넘보다가 반대 의견에 쉽게 포기하였다.
어제까지 비가 내린 계곡은 물소리가 하산 길의 동행이 되었다.
지독한 계단과 바윗길은 하산의 최악 조건 탓인지 구기계곡은
인적이 드물어 한산하였다.
최대한 하산 속도를 늦추며 주변의 풍광과 나무와 봄꽃을 감상하며
내려왔다. 문수사 아랫길에서 양지꽃이 아닌 애기똥풀이 지나는 우리의
눈길을 머물게 하였다. 애기똥풀도 모르는 인간이 저기 간다는 소리는
듣지 않아도 되겠지.
많은 음식점의 유혹을 뿌리치고 구기동 초입의 할머니순두부집에서
막걸리 한 잔하며 마무리 하였다.
북한산 잘 다녀왔습니다
-정동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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