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호수/이형기

능선 정동윤 2011. 9. 23. 08:57

호수/이형기

 

 

어길 수 없는 약속처럼

나는 너를 기다리고 있다

 

나무와 같이 무성했던 청춘이

어느덧 잎 지는 이 호숫가에서

호수처럼 눈을 뜨고 밤을 새운다

 

이제 사랑은 나를 울리지 않는다

조용히 우러르는

눈이 있을 뿐이다

 

불고 가는 바람에도

불고 가는 바람 같이 떨던 것이

이렇게 고요해질 수 있는 신비는

어디서 오는가

 

참으로 기다림이란

이 차고 슬픈 호수 같은 것을

단 하나 마음 속에 지니는 일이다.

 

 

'좋아하는 시(詩 능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 품에, 그대 눈물을/이정록  (0) 2011.09.23
여름 밤/이준관  (0) 2011.09.23
3월/장석주  (0) 2011.09.23
참회/김남조  (0) 2011.09.23
비/이형기  (0) 2011.0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