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여름 밤/이준관

능선 정동윤 2011. 9. 23. 09:07

여름 밤/이준관

 

 

여름 밤은 아름답구나

여름 밤은 뜬눈으로 지새우자

아들아, 내가 이야기를 하마

무릎 사이에 얼굴을 꼭 끼고 가까이 오라

하늘의 저 많은 별들이

우리들이 그냥 잠들도록 놓아주지 않는구나

나뭇잎에 진 한낮의 태양이

회중전등을 켜고 우리들의 추억을

깜짝깜짝 깨워놓는구나

아들아, 세상에 대하여 궁금한 것이 많은

너는 밤새 물어라

저 별들이 아름다운 대답이 되어줄 것이다

아들아, 가까이 오라

네 열 손가락에 달을 달아주마

달이 시들면

손가락을 펴서 하늘가에 달을 뿌려라

여름 밤은 아름답구나

짧은 여름 밤이 다 가기 전에

(그래, 아름다운 것은 짦은 법!)

뜬 눈으로

눈이 빨개지도록 아름다움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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