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가을/유안진

능선 정동윤 2011. 9. 23. 09:23

가을/유안진

 

 

이제는 사랑도 추억이 되어라

 

꽃내음보다는 마른 풀이 향기롭고

함께 걷던 길도 홀로 걷고 싶어라

침묵으로 말하며

눈 감은 채 고즈너기 그려보고 싶어라

 

어둠이 땅 속까지 적시기를 기다려

비로소 등불 하나 켜놓고 싶어라

서 있는 이들이 앉아야 할 때

앉아서 두 손 안에 얼굴 묻고 싶을 때

 

두 귀만 동굴처럼 길게 열리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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