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공원은 하늘공원, 노을공원, 평화의 공원, 난지천공원, 난지한강공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평화의 공원은 자연과 사람이 하나 됨을 주제로, 하늘과 초원이 맞닿는 하늘공원,
문화와 예술 석양이 흐르는 노을공원, 자연하천으로 새롭게 거듭나는 난지천공원,
선착장이 있는 난지한강공원 등이 드넓게 펼쳐져 있다.
학문적인 깊이와 고뇌와 사색하는 모습을 느꼈던 홍릉 수목원의 진지함을 벗어나
기적의 한강을 내려다보며 산업화의 부산물을 땅속에 묻고 다시 태어난 옛 난지도가
지금은 서울의 월드컵공원으로 태어나 서울의 자신감처럼 비쳐졌다.
쓰레기의 악취와 비환경적 부산물로 서울 서부지역의 최대 혐오시설이 변신하여 하루 낮
동안에는 다 볼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수목과 시설들이 골고루 갖추어져 있었다.
오전 9시에 도착하여 하늘공원과 평화의 공원만 둘러보는 데 5시간이 걸렸고 가을비를
탓하며 나머지 공원의 탐방은 다음으로 미루고 말았다.
서울시에서 시의 재정을 충분히 투자한 모습들이 곳곳에 배여 있었다.
한마디로 수도 서울의 자존심처럼 작은 시설 하나도 세련되었고 현대화된 공원이었다.
다시 한번 쓰레기장을 극복한 자연의 끈질긴 생명력과 인간의 노력으로 변신시킨 월드컵공원엔
자부심까지 가득 심어져 있는 듯 하였다.
조사한 수목은
소나무,리기다소나무,스트로브잣나무,전나무,주목,서양측백나무,섬잣나무,
메타세콰이어,상수리나무, 자주목련,능수버들,계수나무,느티나무,왕벚나무,뽕나무,
양버즘나무,은행나무,자작ㄴ나무,단풍나무,팥배나무,감나무,아까시나무,이팝나무,
튤립나무,칠엽수,회화나무,참느릅나무,산수유,매실나무,살구나무,
복사나무,산사나무,아그배나무,모과나무,쪽동백나무,때죽나무,마가복,산딸나무,
자귀나무,모감주나무,무궁화,배롱나무,개나리,박태기나무,불두화,뜰보리수,산수국,
수수꽃다리,조팝나무,댕강나무,만첩빈도리,풀명자,병꽃나무,찔레꽃,화살나무,덜꿩나무,
,쥐떵나무,흰말채나무,쉬땅나무,좀작살나무,산초나무,땅비싸리,산초나무,
붉나무......회양목 등이었다.
흰말채나무...자유를 위해 절규하는 데모대의 모습이던가.
긴 목줄기의 붉은 핏대로 피를 토할 것 같다.
온무리가 한마음으로 외치는 강력한 반골의 모습은
이 시대 시민단체들이 열정처럼 보였다.
얼마든지 시위를 할 수 있고 자신들의 주장을 표현할 수 있는 자유의 광장
한편에 위치한 붉은 무리였다.
화살나무.....삼국시대의 전쟁터처럼 화살을 맞고 부상당한 수많은 군사가 흘리는
선연한 붉은 피, 가을을 더욱 가을답게 만드는 화살나무의 연출이
단풍나무보다 먼저 시작되었다.
서울은 이제 본격적인 가을로 깊게 물들어 가고 있었다.
땅비싸리....월드컵 공원 덕분에 마포구 상암동의 땅은 비싸졌다.
혐오시설이 아름다운 공원으로 변하고 국내최대의 축구장까지
곁에 있으니 땅비싸리다.작은 깃꼴겹잎이 그저 그렇게 보였는데
엄지손가락 길이의 가늘고 긴 열매가 귀고리처럼 주렁주렁 앙증스럽게
달려 있어서 결국 수목도감을 펼치게 하였다.
억새,아 으악새...하늘공원 정상에 펼쳐진 억새의 군무.
갈대와는 달리 줄기 속이 꽉 차있고 잎이 날카로우며
잎의 중앙에 하얀 잎맥이 길게 펼쳐져 있다.
중학생,여고생들이 쓰레기 줍기 자원봉사를 왔다가 억새에 취해서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고 최근 하늘의 담는 그릇이리는 상징물이 설치되어
볼거리가 늘었다.
서울시에서 돈을 부어 만든 공원답게 시설물은 세련되었고 나무들도 공간을 충분히
확보하여 여유가 있었고 요즘 조경에서 별로 인기가 없다는 아까시나무를 당당하게
수목보호대를 세워놓은 것은 비옥하지 못한 과거의 모습을 솔직하게 표현한 것이 아닐까 생각되었다.
가을비 내리는 시월의 마지막날은 월드컵공원에서 배회하였다.
2009.11.1
-정동윤-
'걸어가는 길(山 능선)' 카테고리의 다른 글
토요 북아등 524 -2011.10.1 (0) | 2011.10.03 |
---|---|
장성 축령산(2010.10) (0) | 2011.10.02 |
또 홍릉에 가다 (0) | 2011.09.25 |
북서울 꿈의 숲을 찾아가다 (0) | 2011.09.25 |
꽃무릇 (0) | 2011.09.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