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설 전/신경림
녹슨 갈탄 난로가 발갛게 달았다
바람에 미루나무 부러지는 소리
아낙네들 고무장갑 끼고 깍두기를 썬다
해 전에 큰 눈이 온다더라
술청엔 빈대떡을 먹는 소장수가 여럿
반 나절도 안되어 파장이 왔나 봐
유리창 밖 길가에 웅크린 촌로들
재넘이 버스는 벌써부터 결행일까
하늘과 산이 뿌옇게 서린 눈발
내일이면 나무들 뿌리까지 흔들리겠지
납빛 구름 무겁게 지붕울 짓누르고
머지않아 낙랑장송 쓰러질 거야
아무 일도 없어 아무 일도 없다며
녹슨 갈탄 난로만 발갛게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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