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떠도는 자의 노래/신경림

능선 정동윤 2011. 9. 26. 16:41

떠도는 자의 노래/신경림

 

 

외진 별정우체국에 무엇인가를 놓고 온 것 같다

어느 삭막한 간이역에 누군가를 버리고 온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문득 일어나 기차를 타고 가서는

눈이 펑펑 쏟아지는 좁은 골목을 서성이고

쓰레기들이 지저분하게 널린 저잣거리도

기웃댄다

놓고 온 것을 찾겠다고

 

아니, 이미 이 세상에 오기 전 저 세상 끝에

무엇인가를 나는 놓고 왔는지도 모른다

쓸쓸한 나룻가에 누군가를 버리고

왔는지도 모른다

저 세상에 가서도 다시 이 세상에

버리고 간 것을 찾겠다고 헤매고

다닐지도 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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