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법 2/홍윤숙
날지 못할 날개는 떼어버려요
지지 못할 십자가는 벗어 놓아요
오 척 단신 분수도 모르는 양심에 치어
돌아서는 자리마다 비틀거리는
무거운 짐수레 죄다 비우고
손 털고 돌아서는 빌라드로 살아요
상처의 암실엔 침묵의 쇠 채우고
죽지 못할 유서는 쓰지 말아요
한 사발의 목숨을 위해
날마다 일심으로 늙기만 해요
형제여 지금은 발 동여매고
살얼음 건너야 할 겨울 진군
되도록 몸은 작게 숨만 쉬어요
바람 불면 들풀처럼 낮게 누워요
아, 그리고 혼만 깨어 혼만 깨어
이 겨울 도강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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