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정해종
소리 소문 없이 들꽃 피더니
들불처럼 들판을 점렬한다
겨우내 등이 가렵던 들판
들판 폭탄 터진 자리마다
아지랑이 포연 어지럽다
멀리서 들려오는 총성처럼
내 안에 망울 터뜨린 한 송이 들꽃
이 겉잡을 수 없는 사태가
다 거기에서 시작되었다
저항 한번 하지 못하고
이유 한번 묻지 못한 채
무장해제 당하는 내 거친 욕망들
내 안의 식민정부가 들어서고
나는 들꽃의 제복을 입는다
점렴군 만세! 들꽃제국 만세!
밀항도 망명도 꿈꾸지 않겠다
미안하다 내 겨울의 동지들
나는 여기서 살아남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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