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아버지/김형수
머슴였던 울 아버지
바지게에 꼴짐 지고 두렁길을 건널 때
등에 와 얹히던 햇살은
얼마나 무거운 짐이었을까
둠벙 속에 살고 있는 색시같은 달덩이는
얼마나 처량한 친구였을까
그마저 구름이 가렸던 밤엔
어떻게 지냈을까 머슴였던 울 아버지
-북망초-
삼월인데,추위도 채 빠져나가지 못한
그날이 내 생일, 날 낳던 날인데
병원 뜨락에 동백이 폈더이다
한 가지 꺾어다 가슴에 안기면서
봇시요 아부지 한겨울 눈바람에
죽정이 부러진 동백가지
살가죽 다 말라 뼈마저 삭아도
쫌 봇시요.꽃 피워 봄볕 쬐자 나선양
그랬더니 눈에 괸 이슬이 굴러
쪼르르 꽃잎에 닿아 더욱더 붉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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