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아버지 아버지/김형수

능선 정동윤 2011. 9. 29. 16:05

아버지 아버지/김형수

 

 

머슴였던 울 아버지

바지게에 꼴짐 지고 두렁길을 건널 때

등에 와 얹히던 햇살은

얼마나 무거운 짐이었을까

둠벙 속에 살고 있는 색시같은 달덩이는

얼마나 처량한 친구였을까

그마저 구름이 가렸던 밤엔

어떻게 지냈을까 머슴였던 울 아버지

-북망초-

삼월인데,추위도 채 빠져나가지 못한

그날이 내 생일, 날 낳던 날인데

병원 뜨락에 동백이 폈더이다

한 가지 꺾어다 가슴에 안기면서

봇시요 아부지 한겨울 눈바람에

죽정이 부러진 동백가지

살가죽 다 말라 뼈마저 삭아도

쫌 봇시요.꽃 피워 봄볕 쬐자 나선양

그랬더니 눈에 괸 이슬이 굴러

쪼르르 꽃잎에 닿아 더욱더 붉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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