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신경림
살구꽃 지고 복사꽃 피던 날
미움과 노여움 속에서 헤어지면서
이제 우리 다시 만날 일 없으리라
다짐했었지
그러나 뜨거운 여름날 느닷없이 소낙비 피해
처마 아래로 뛰어드는 이들 모두 낯이 익다
이마에 패인 깊은 주름 손에 밴 기름때 한결같고
묻지 말자 그동안 무얼 했느냐 묻지 말자
손 놓고 비 멎는 거리로 흩어지는 우리들
우줄근히 젖은 어깨에 햇살이 눈부시리
언젠가 다시 만날 것 이제사 믿는 우리들
메마른 허리에 봄바람이 싱그러우리
'좋아하는 시(詩 능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내의 손/서정홍 (0) | 2011.09.30 |
---|---|
유언-아내에게/서정홍 (0) | 2011.09.30 |
추석 무렵/안정환 (0) | 2011.09.30 |
다음 해에는/서정홍 (0) | 2011.09.30 |
우리말 사랑 4/서정홍 (0) | 2011.09.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