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만남/신경림

능선 정동윤 2011. 9. 30. 15:22

만남/신경림

 

 

살구꽃 지고 복사꽃 피던 날

미움과 노여움 속에서 헤어지면서

이제 우리 다시 만날 일 없으리라

다짐했었지

그러나 뜨거운 여름날 느닷없이 소낙비 피해

처마 아래로 뛰어드는 이들 모두 낯이 익다

이마에 패인 깊은 주름 손에 밴 기름때 한결같고

묻지 말자 그동안 무얼 했느냐 묻지 말자

손 놓고 비 멎는 거리로 흩어지는 우리들

우줄근히 젖은 어깨에 햇살이 눈부시리

언젠가 다시 만날 것 이제사 믿는 우리들

메마른 허리에 봄바람이 싱그러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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