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언-아내에게/서정홍
내가 당신보다 먼저
젊은 나이에 죽게 되드라도
나를 위해 울지 마오
어린 자식놈들과 힘겹게 살아야 할
당신을 위해 눈물을 아껴두오
남기고 갈 것이라고는
손때 묻은 장롱과 반쯤 찌그러진 책상
지나온 내 삶이 묻어있는 낡은 책들
외롭고 힘겨운 삶 속에서도
나를 늘 기뿜으로 살게 했던
모서리 닳은 성서 한 권
그 뿐이요,아무것도 없소
뒷날 자식놈들 자라서
못난 이 아비의 삶을 묻거들랑
내가 뿌린 말의 부피만큼
내가 남긴 글의 무게만큼
정직하게 살기 위해 애썼다고 말해주오
내가 나를 사랑하듯
당신이 나를 사랑하듯
진정 당신을 사랑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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