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아내의 손/서정홍

능선 정동윤 2011. 9. 30. 15:39

아내의 손/서정홍

 

 

아내가 밤늦도록 마늘 껍질 벗기며

손톱 밑이 따갑고 눈이 시려

눈물을 쏟을 때

나는 텔레비젼을 켜고

서부영화를 보고 있었다

 

아내가 감기 몸살로 식은 땀을 흘리며

맵고 잔 갖은 양념 내에 시달리고 있을 때

텔레비젼 속에서는

보안관이 쏜 권총에

악당들이 하나 둘 쓰러지고 있었다

 

그 총 소리에

아내가 쓰러지고

내 양심에 총알이 박히는 줄 모르고

밤 열두 시가 지나도록

나는 서부영화 속에 푹 빠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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