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손/서정홍
아내가 밤늦도록 마늘 껍질 벗기며
손톱 밑이 따갑고 눈이 시려
눈물을 쏟을 때
나는 텔레비젼을 켜고
서부영화를 보고 있었다
아내가 감기 몸살로 식은 땀을 흘리며
맵고 잔 갖은 양념 내에 시달리고 있을 때
텔레비젼 속에서는
보안관이 쏜 권총에
악당들이 하나 둘 쓰러지고 있었다
그 총 소리에
아내가 쓰러지고
내 양심에 총알이 박히는 줄 모르고
밤 열두 시가 지나도록
나는 서부영화 속에 푹 빠져 있었다
'좋아하는 시(詩 능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령왕의 다리미/문효치 (0) | 2011.09.30 |
---|---|
빛의 소묘/박형준 (0) | 2011.09.30 |
유언-아내에게/서정홍 (0) | 2011.09.30 |
만남/신경림 (0) | 2011.09.30 |
추석 무렵/안정환 (0) | 2011.09.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