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오랑캐꽃/이용악

능선 정동윤 2011. 10. 2. 09:30

오랑캐꽃/이용악

 

 

-긴 세월을 오랑캐와의 싸움에 살았다는 우리의

머언 조상들이 너를 불러 '오랑캐꽃'이라 했으니

어찌보면 너의 뒷모양이 머리채를 뜨리운 오랑캐의

뒷머리와도 같은 까닭이다-

 

아낙도 우두머리도 돌볼 새 없이 갔단다

도래샘도 띳집도 버리고 강 건너 쫓겨났단다

고려 장군님 무지무지 쳐들어와

오랑캐는 가랑잎처럼 굴러갔단다

구름이 모여 골짝 골짝을 구름이 흘러

백년이 몇 백년이 뒤를 이어 흘러갔나

 

너는 오랑캐의 피 한 방울 받지 않았건만

오랑캐꽃

너는 돌가마도 털메투리도 모르는 오랑캐꽃

두 팔로 햇빛을 막아 줄께

울어 보렴 목 놓아 울어나 보렴 오랑캐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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