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랑캐꽃/이용악
-긴 세월을 오랑캐와의 싸움에 살았다는 우리의
머언 조상들이 너를 불러 '오랑캐꽃'이라 했으니
어찌보면 너의 뒷모양이 머리채를 뜨리운 오랑캐의
뒷머리와도 같은 까닭이다-
아낙도 우두머리도 돌볼 새 없이 갔단다
도래샘도 띳집도 버리고 강 건너 쫓겨났단다
고려 장군님 무지무지 쳐들어와
오랑캐는 가랑잎처럼 굴러갔단다
구름이 모여 골짝 골짝을 구름이 흘러
백년이 몇 백년이 뒤를 이어 흘러갔나
너는 오랑캐의 피 한 방울 받지 않았건만
오랑캐꽃
너는 돌가마도 털메투리도 모르는 오랑캐꽃
두 팔로 햇빛을 막아 줄께
울어 보렴 목 놓아 울어나 보렴 오랑캐꽃
'좋아하는 시(詩 능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낙타/이한직 (0) | 2011.10.02 |
---|---|
해바라기의 비명/함형수 (0) | 2011.10.02 |
시의 맛/김현승 (0) | 2011.10.02 |
흰 바람벽이 있어/백석 (0) | 2011.10.02 |
유리창1/정지용 (0) | 2011.10.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