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오르는 즐거움/정동윤
아침 9시 불광 역 2번 출구는 붐빈다
군중 속의 섬처럼 앉았다 혼자 떠난다
이제는 혼자 하는 산행도 외롭다 하지 않을 나이
오늘은 그림자마저 나타나지 않는 흐린 날
떼지어 몰려오고 떼지어 몰려가는 무리에서 벗어나
코스를 생각하며 출발하는 꿀꿀한 기분도
다섯 걸음 지나면 몽땅 빠져 나간다
삶의 자격증을 위한 분산함을 벗어 던지고
바람소리 들으며 낙엽 지는 속도를 재며 올라간다
산 중턱,
바위에 걸터앉아 더운 11월의 땀을 훔친다
바위 틈에 쌓인 마른 낙엽,
낙엽도 가을 산의 한가로운 풍경이 된다
겨울잠을 자지 않는 청설모 한 마리가 소나무에 올라
앞발로 솔방울 잡고 오물거린다
우아한 식사를 마치고 내 주위를 몇 차례 들락거릴 때까지
길을 재촉하는 사람이 없다
능선을 오르내리다
명당이라는 곳, 전망이 월등히 좋은 곳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양지 바른 곳에
자리를 펴고 넉넉한 먹거리를 풀어 놓으면
물고기떼처럼 지나가는 여인네들이 입질을 한다
산에 갈 때는 먹거리를 충분히 준비하는 이유는
혼자서 배 고프면 서럽기 때문이다
입질 여인들에 대한 나의 반응은
예, 먼저 가세요
또는 좀 드세요, 드시고 같이 가시죠
대부분 같이 간다
무리 속에 슬쩍 끼어 들었다가 아니다 싶으면
조용히 빠져 나오기도 한다
이젠 삶의 술래가 되어
헐떡이며 무엇을 찾아 다니고 싶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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