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다니던 수리봉 오른쪽을 휘둘러 나와 능선에 올라서다가
북한산 국립공원 관리공단 직원을 마주하였다
“여러분은 금지된 샛길로 통행하였습니다. 자연관리법 28조 위반으로
과태료 30만원 부과하게 됩니다”
선선히 잘못을 시인하고 반성하는 자세를 취하니 구두경고로 마무리되었다
지난 주의 눈 풍경과 이번 주의 따스한 햇살은 겨울과 봄의 두꺼운 경계선,
3월은 탈색된 겨울에 봄의 싱싱한 색갈이 입혀지기 시작하는 달.
3월은
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한
계곡물 녹아 흐르는 소리와
뺨을 쓰다듬는 바람에
옷깃마저 살짝 풀어주고 싶은 따스한 유혹,
나뭇가지는 배시시 젖고
촉촉한 산길은 얼룩져 부끄럽다
점점 길어지는 햇살 받으며
이미 가 버린 산길보다
앞으로 다닐 산길이 더 설레는
봄보다 조금 일찍 찾아온
겨울이 녹는 소리 들으며
오랫동안 걷고 싶구나
사모바위 주변에서 새삼스레 무장공비 은닉처를 한 바퀴 돌아보고
승가봉으로 향하였다. 아직 최종 목적지를 정하지 않은 채, 그러다가
응봉능선과 의상능선 사이의 작은 능선 꼭지에 점심 자리를 정하였다.
북한산 전경이 전후좌우 한 눈에 들어온다.
의상능선과 그 뒤의 백운대 무리들과 비봉 능선의 모든 봉우리가
360도 각도로 다 보인다. 우린 이 이름없는 능선을 북아능선이라 불러본다.
이곳에 근엽이는 앞으로 자주 이용될 별장 같은 장소를 발견했다.
~~식당이라 이름 붙이기엔 아까운 장소다. “엽별장”으로 입 등기 해둔다.
북아능선은 승가봉에서 삼천사로 이어지는 능선인데 공식명칭에 나타나면
즉시 취소한다. 내려오는 길은 소나무 숲이 많고 바위 길과 흙 길이 어우러져
제법 아기자기 하였다. 끝나는 곳에서 들리는 삼천사 계곡의 물소리도 괜찮았다.
선자령 매운 겨울 맛이 아직 잊혀지지 않고 있는데 이렇게 봄의 전령처럼
계곡물 녹는 소리에 발길 멈추니 물 좋고 풍경 그윽하고 공기 상큼하고
기분마저 좋으니 천수는 “인생 뭐 별 거 있나, 이만하면 그만이지”한 마디 한다.
삼천사 입구에 새로 지은 석탑을 돌아보고 최근 깔끔하게 마무리한 도로로 내려오다
북한산 둘레길 중 9구간째인 마실 길을 접하였다.
마실 길 일부와 8구간인 하늘정원 길 전 구간을 별책부록처럼 더 걸은 뒤에야
산행을 마무리 하였다. 어느새 오후 4시가 훌쩍 넘었다.
산행 초반에 90만원짜리 스티커 발급을 면하고, 북아능선을 취하고
별장자리까지 마련하였고, 부록으로 둘레길 한 자락도 뚝딱 잘라 먹었으니
돈 한푼 들이지 않고 부자가 된 기분이다.
북아등 잘 다녀왔습니다
-정동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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