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가는 길(山 능선)

덕산회-청계산 다녀왔음.

능선 정동윤 2012. 6. 18. 08:27

 

나는 지금 어디로 향해 가고 있는가

나는 지금 무엇을 보고 있는가

나는 지금 무엇을 꿈꾸고 있는가

스스로 묻고 스스로 대답하며 나는 걷고 또 걷는다

 

바위산에 익숙한 내 등산화가 오늘은 포근한 흙 길을 걸으며 호강을 한다.

한여름을 방불케 하는 무더위에 바람조차 가뭄에 시달리는 갈라진 땅 속으로 스며들고

계곡의 물소리는 언제 멎었는지 돌 틈 사이에 오래된 낙엽만 시커멓게 쌓여 말라 있었다.

일정이 펑크 나 등산하기로 했다는 가수 송대관씨 일행과 겹쳐 걸으며 이런저런 이야기

주고 받으며 천천히 걸어가다가 한적하고 인적 드문 산길로 접어들며 그들과 헤어졌다.

 

나뭇잎의 색깔이 점점 더 짙은 풀색으로 변해가고 산길에서 만난 주황색 산나리 한 송이가 콩밭 매는

농촌 아낙네의 고즈늑한 모습으로 비쳐 줄지어 가는 우리들의 눈길을 한참 동안 머물게 하였다.

이수봉에 이르러 한적한 산행은 더 이상 계속될 수 없었고 능선 종주의 하산점을

양재동으로 정하고 매 바위, 돌문바위, 소나무 산림욕장을 지나기로 하였다.

능선엔 신갈나무, 밤나무, 아카시나무, 소나무 등의 그늘이 짙게 드리워져 걷기가 편하였다.

 

시산제 때 처음으로 덕산회와 인연을 맺은 최윤희의 첫 참가는 그리 쉽지 않았다. 정선이와

무수한 전화 끝에 매바위에서 만나기로 하였는데 뜻밖에도 그곳에서 한승교를 만났다.

다소 우락부락한 모습에 수염을 며칠간 깎지 않은 듯한 모습이 강성 노조원처럼 보였다.

겨우 얼굴만 서로 확인하고 악수하고 헤어지는 아쉬움을 안고 서로 자신을 대열로 들어갔다.

물론 윤희도 우리 대열로 옮겨와서 나머지 일정을 함께 하였다.

 

호젓한 산길과 물소리 그윽한 산길이 특징인 청계산도 오랜 가뭄으로 맑은 물을 볼 수 없었고

산길은 수많은 등산화의 발자국으로 먼지가 가득 일었으나 젊은 층의 모습이 많이 눈에 띄었다.

예당저수지가 초보 낚시인의 훈련장이라 부르듯이 청계산은 산행의 첫 입문 산으로 인기가 있는 것일까

.그다지 높지 않은 능선과 편한 산길, 물이 넉넉한 계곡을 걷는다면 첫산행지로는 괜찮은 듯하다

 

산 속 깊숙히 뿌리박고 있는 저 무성한 나무들은 지독한 가뭄에도, 지루한 장마에도 의연하다.

높이를 자랑하지 않으면서 넓은 그늘을 제공해 주고 뿌리의 깊이를 보여주지 않으면서도

삶의 무게를 무겁게 풍겨주고 있다. 어느 산에 가드라도 산은 나름대로 자신의 특징을 보여준다.

좋아하거나, 아주 좋아하거나 ,조금 덜 좋아 할 수는 있었지만 싫어할 수 없는 산이다.

결코 싫어할 수 없는 산처럼 우리의 삶도 우정도 꿈도 가족도 더욱 소중하게 여기게 된다.

 

덕산회도 어느새 99회의 산행을 마감하고 다음 달은 100회를 맞이하게 된다

100회까지 걸으면서 서두르지 않는 법을 익혔고 풍경을 읽을 수 있는 안목을 가졌고

저녁 하늘을 불태우는 석양이 지구 저켠에서는 떠오르는 아침해라는 것 알게 되었다.

앞으로의 산행은 더욱 소박하게 바뀌어지고 양보다 질을 더 소중하게 여기지 않을까?

다음달은 100회 기념 산행의 문자가 친구들의 핸드폰에서 풀빛 산행을 유혹할 것이다.

 

완급을 조정하며 5시간 가량의 나무 그늘 사이로 걷는 일에 몰두하다가 양재동 아스팔트에

내려서니 도시의 뜨거운 열기가 확 풍겨왔다. 산에서는 한 시간도 더 걸을 수 있지만 도로 위에서는

10분도 걷기가 싫다.우리는 얼른 버스를 타고 역삼동 소재 윤태오의 주점에 도착하였다.

태오는 "Kari Kari" 라는 호프,치킨,돈가스 집을 운영하고 있다.

몰려드는 친구들을 반색하며 넓은 홀을 한 쪽에 자리를 차지하는 우리를 오붓한 방으로 안내하여 주었다.

몇 순배 술이 돌자 태오도 함께 자리를 하여 잔을 높이 들었고 급기야 가을에 경기도 화성 소재

자신의 집으로 덕산회 회원들을 초대하였고 회장은 정중하게 접수하였다.

 

내일 덕산회장 최선영의 딸 결혼식장에서 다시 보기로 하고 헤어졌다.

 

-정동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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