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뚝섬에서 한강대교까지 걸었고
오늘은 강화도 석모도에서
해명산, 낙가산, 상명산을 넘어 섬 끝으로 가서
다시 들판을 걸어 석포나루로 되돌아 왔다.
낯선 땅을 혼자 걸으면 설렘과 기대도 있지만
얼마간의 조바심이나 불안으로 서두르는 일이 많다
그래도 등산 스틱과 선글라스를 챙기고 혼자 길을 나서면
해방감과 더불어 짜릿한 자유를 느낀다.
한강변을 지나면서 박일남의 ‘갈대의 순정’도 들었고
신경림의 ‘갈대’라는 시도 중얼거렸다.
레게 머리나 벼이삭처럼 단단히 뭉친 머리칼이
바람에 날리고 몸이 풀리면 비로소 갈대는
바람 부는 방향으로 백발을 날리듯
일제히 부드럽게 고개를 숙인다.
갈대는 향기롭지도 아름답지도 않지만
그저 뭉쳐서 저들끼리 낄낄거리며 전파 날리며
특징 있는 삶을 즐긴다.
억새보다 키가 크고 대나무처럼 마디가 있고
잎 가운데 하얀 줄이 없으면 갈대다
강변에서나 산정에서나 해변이나 들판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귓전을 스치는 느낌처럼
노후자금이 충분치 못해도
오래된 교회에서 소박한 결혼식을 시켜도
길 위에 있는 동안만은 아름다운 꿈을 꾼다.
산길은 밤에는 얼고 낮에는 풀려
봄날의 춘니처럼 질척거리기도 한다
숲 보다도 가치 있다는 갯벌을 바라보기도 하며
추수 끝난 들판을 지나오면서
자유에 지쳐 쓰러질 때 까지 걸어보고 싶었다.
온 생애를 파도와 다투는 작은 돌섬도
잔잔해진 물결로 평화를 찾고
휘저으며 갈팡질팡하던 새들의 군무도
한 방향으로 정하고 사라진다
미소 짓는 사모바위와 깨어진 비봉의 비석이 생각난다.
나도 다시 내가 살던 쪽으로 발길을 재촉한다.
7;43 603번 버스 서울역 출발
8;05 3000번 신촌 출발
9;22 강화터미널 도착
9;30 31번 외포항 버스 출발
9;10 석포항 도착
10;47 전득이고개 산행 출발
12;47 낙가산 점심 끝
14;16 상봉산 정성
14;48 산행 끝
16;16 걸어서 석포리 포구 도착
16;23 외포 선척정 도착
16;40 31번 버스 출발
17;00 강회터미널 도착
17;10 88번 시외버스 승차
18;48 605번 버스 승차
-월요일 아침 다시 어제만큼 걸을 수 있는 멀쩡한 다리가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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