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가는 길(山 능선)

북아등 593

능선 정동윤 2013. 1. 28. 00:46

 

한주, 순질이, 근엽이 그리고 나, 4명이 불광동에 모였다.

나는 15분 정도 일찍 도착할 것 같아 녹번동에서 버스를 내려 두 정거장을

일부러 걸어서 9시 정각에 도달하였다. 연일 혹한을 예보하는 매스컴의 엄포와

한 곳에 머물며 추위에 떨기가 싫기도 하였고.

 

겨울 산행의 진수는 역시 눈길 산행이 아닐까?

벌써 몇 주째 북한산은 눈을 계속 품고 있었다.

멀리서 바라보면 설산의 모습이 신비스럽게 보이기도 한다.

족두리봉 향로봉을 지나 비봉 능선에만 올라서면 제대로 된 하얀 눈길이 이어진다.

어쩌면 올해의 북아등 마지막 혹한기 산행이 오늘이 될지도 모르겠다.

 

 

아침에 집을 나설 때 아내는 선자령 등산객 사망 사고를 전하며 혹한을 걱정하였다.

선자령 사고는 일반인을 모집하여 산행을 안내하는 상업 등산으로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만나서 등산을 하기 때문에 서로에 대한 무관심과

지독하게 추운 날씨에 자신을 돌보기도 어려운 산속이라

잘 모르는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기도 절대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상업 등산의 약점인 다른 사람에 대한 무관심이 죽음에 이르게 하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과 동지적 결속력이 부족한 산행의 한계였다고 생각한다.

 

 

 

친구들과 함께하는 북아등의 눈 덮인 겨울 산을 관통하면 찌든 일상은 깨끗이 세척되고,

마음 곳곳에 끼어있는 얼룩도 맑게 헹구어지는 듯한 기분이 든다.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이런 호사를 누릴 수 있으니 얼마나 고마운가.

자유가 그리워 산을 찾고 그 자유에 지칠 때까지 걷는 즐거움.

그것도 6~7시간의 산행으로 내 몸의 각종 기관을 쌩쌩 돌려서 신진대사를

활성화 시키고, 근력과 심폐기능도 강화시키는 소중한 시간으로.

비봉 능선에 오르고부터 아이젠을 착용하여 우이동 도선사 버스 정류장까지

내려 오는 동안 아이젠을 벗을 수가 없을 정도로 온통 눈의 세상이었다.

 

 

 

한주는 미국 자연보호 운동의 대부 ‘존 무어’를 기리는 385km의 트레킹 코스를 꿈 꾸고 있었고,

나는 스페인 카미노 데 산티아고 800KM 걷고 싶었고,

더하여 캐나다 웨스트 코스트 트레일까지 걸어 본다면 얼마나 좋을까?

언젠가 그 길을 걸을 때까지 하루 8시간의 길을 30일 정도는 걸을 수 있는 체력을 키워야 한다.

 

비록 오늘은 이 땅의 산야를 걷고 있지만 꿈을 꾸며 걷는 길을 얼마나 행복한가?

올해는 시간이 허락 하는 한 산, 깅, 바다 그리고 골목길까지 멀리 걸어 볼 작정이다.

가까운 곳에서 먼 곳으로, 익숙한 길도 중첩해서, 낯선 곳은 호기심을 가지고.

우리가 누리고 있는 이 길도 멀리 아프리카나 중남미 사람들은 얼마나 오기 어려운 길이 아닐까.

 

 

 

눈 속에 묻혀 백운대 아래 위문에 도착하여

근엽이는 약수암 쪽으로 서둘러 내려갔고 우리들은 우이동으로 하산하였다.

 

 

 

마음을 정화시키는 593회차 북아등 세심산행 잘 다녀왔습니다.

 

 

 

-정동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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