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다섯 쯤엔/정동윤
그때가 되면
요사이 쌓이는 청첩장 대신에
뜻밖의 부고에
놀란 가슴 쓸어내리는 일이 많아지겠지
주말마다 다니던 산은
혹독한 겨울 넘긴 기쁨으로
봄 한 철 아주 느리게 한두 번 다녀올 것이다.
생각만해도 즐거운
서너 살 손주들 재롱에 빠져
스마트폰엔 온통 아이들 사진이 넘치지만
그놈들도 열 살이 넘으면
굼뜬 우리를 더는 찾지 않을 지 몰라.
우리의 일상은 별로 주목받지도 못하고.
술을 곁들인 저녁 모임은
점차 늦은 점심 모임으로 바뀌어
밀린 이야기 다 풀어놓아도
해와 낮달은 중천에 어슬렁거리고
우리는 덜컹거리는 전동차 한 귀퉁이에서
나른한 귀가 서둘지 않을까.
부드러운 햇살을 찾아
근처 공원에 맥없이 앉아있기보다
읽고 싶은 책 목록 그어가며
동네 도서관 찾는 날이
많았으면 좋겠다.
이따금 오래된 친구도 몇 명 불러
구내식당에서 가락국수라도 나눠 먹고.
고집도 하나 피우고 싶다.
젊은 시절부터 헌신한 내 노동을
죽을 때까지 보답해 주는
국민연금 안내서 만은
매달 배달되는 우편으로 꼭 받아야겠다.
모든 일이 온라인으로 처리되어
존재감은 더욱 희미해져도
내가 살아 있음을 확인해주는 우편물,
그 연금 안내서는 늘 반가울 것이다.
그때가 되어도
아내가 곁에 있고
같은 추억을 지닌 친구들이 옆에 있으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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