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市 능선)

무의도로 떠난 아침

능선 정동윤 2013. 8. 16. 09:41

무의도로 떠난 아침./정동윤

 

광복절 아침

땅 위엔 마그마의 뜨거운 열기

하늘에선 불볕 소나기 햇살

우린 농부의 구슬땀으로

다가 올 가을을 심는다

 

 

알타리무, 쪽파, 김장배추

비둘기에 씨앗 빼앗길까

신문지로 꼭꼭 덮고나니

덜 잠긴 수도꼭지

턱끝의 땀방울도 멈췄다.

 

 

평일은 출근시간

오늘은 하루 일을 서둘러 마감하고

새벽부터 일군 작은 텃밭에서

농부의 마음을, 자연의 질서를,

노동의 귀함을 구름처럼 부풀린다.

 

 

집에 가서 쉬자는 의견을

공항철도를 이용하여

섬으로 가자고 했다.

선녀가 춤추는 모습 닮았다는

무의도로 가자고.

 

 

하늘과 바람을 좋아하며

생각나면 이곳저곳

승용차 없이도 잘 다니는

이 작은 사치 하나 없으면

나는 무엇으로 행복할까?

 

정류장에서 서울역으로

인천국제공항에서 잠전항으로

한여름에 가을을 심어놓고

흙 묻은 신발을 털어내고

아내와 훌쩍 떠난다,

 

무위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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