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 관악산/정동윤
청첩장이 쌓이는 시월
개미구멍 같은 시간의 틈으로
부드러워도 아찔한 바윗길
자비의 연주암 손을 내민다
나무 한 그루에 십만의 이파리
갈색 떡갈나무
노란 은행나무
붉은 단풍나무, 합장하듯 반기고
낙엽 되어 땅에 굴러도
밉지 않은 단풍잎은
산 중턱 토끼 바위 옆에서
조심스레 불을 지피고,
도토리 찾아 뛰는
청설모로 알려진 청서는
늦가을 추수 끝난
빈 들녘보다 더 허기지고,
실금 하나 없는
관악산 하늘 아래
우린 회화나무 전설 속
개미 왕국으로 들어간다.
한나절 꿈인가
맑은 숯불 시월의 관악
가슴 뻥 뚫린 쾌감이
마른 계곡에 넘쳐 흐른다.
-천수,병욱이 함께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