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市 능선)

위로/북한산 3

능선 정동윤 2013. 12. 27. 22:06

위로/북한산 3


산능선


왠지 까닭 없이 막막하고
사는 게 체한 것처럼 답답할 때
북한산에 한번 가 보라

땅 속에 자신을 파묻고
머리만 내놓은 바위,
다 닳고 헤진 나뭇잎 걸치고
한 자리에 서 있는 나무
그들은 울지 않는다

높은 봉우리
앞뒤로 나누어 달리는 능선들
하늘과 맞닿아도 겸손하고
마을까지 밀려나도
당당하다

이왕 산에 가려면
눈이 펑펑 쏟아지는 겨울철에 가라
지난 허물도 덮어주고
반성보다 계획을 위한
커다란 백지 한 장 내밀 것이다

걷다 걷다 힘들어
나무 아래 쉬노라면
근심은 녹아 바위 틈에 스미고
무겁던 체증은 배낭 비우듯
가벼워 질 것이다

봄이면 아지랑이
가을엔 풀벌레 소리들도
막힌 마음 위로해 줄 것이다
까닭없이 답답할 땐
북한산에 한번 가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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