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풍경
정동윤
고속철이 달려도
한산한 고풍의 서울역사
그 중앙의 둥근 시계
수십 년 출발 시각 외쳤지만
아직도 고향 한 번 가지 못했다.
길 떠날 수 없는 사내
땟국에 절은 몸으로
밤마다 술병 들고
대합실 배회하다
공중전화 부스에서 잠든다.
떠나는 이의 구두 닦는 사람
전쟁 이후 지금까지
손톱 끝 까맣도록 광을 냈지만
아직도 떠날 여비
다 마련하지 못했단다.
세상이 고속으로 변해도
여전히 같은 풍경
떠나고 싶어도
떠나지 못하는 서울역 풍경
그 풍경 뿐이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