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몽사몽/산능선
어깨 통증으로 새벽잠이 깨어 일찍 온 조간 신문 읽으며 부스럭거리다가
다시 선잠이 들었는데 우리나라 최고 부자 이 회장이 꿈 속에 찾아왔다.
반갑게 수인사하고 둘이서 클래식 음악 연주회의 초청인사를 상의하면서
덕담을 주고 받는데 아내가 흔드는 바람에 잠이 깼다.
빗길 출근 길이 비몽사몽 흐릿하다.
점심때 짬을 낸 물리치료실에서 교통사고로 다친 목,
턱을 잡고 당기는 장치에 반쯤 눈을 감고 지천명 지난 낡은 목숨 구걸하며
애걸복걸 하는데 초등학교 친구의 부고가 문자로 날아왔다.
요즘 자살에 대한 높은 관심과 매일 물리치료실 들락거리는 우울한 인생을
술 좋아했던 친구는 죽음으로 간단하게 정리해 주었다.
잘 엉키는 내 삶을 미리 예측 해주는 비행 관측선 하나 띄울 수가 없을까?
교통사고 가해자가 남기고 간 보험회사와 사고접수 번호를 들고 자동차 정비공장과
정형외과를 한밤중에 찾아다니다가 누락 신고한 가해자에게 전화하여 정확한 신고를
부탁하고 진단서와 사고 차량 사진을 찍어 제출하라는 경찰의 요청에 사고 당한 몸으로
피해자가 스스로 피해를 입증해야하는, 이 어처구니없는 현실, 이 요상한 가해자의 세상을,
친구는 미련없이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