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오년 첫날/정동윤
일년에 한 번 울리는
보신각 종소리
전파 타고 전국으로 번지는
정월 초하루
종소리 들리는 종각 근처엔
나이 한 살 더 껴입은 사람들
혹한의 겨울 밤
추운 줄도 모르네
종각 속의 늙은 종
제 몸의 같은 자리
서른 세 번 두들겨 맞아
일 년 내내 깨어날 줄 모른다
앓는 소리 번지는 그 날
송구영신 예배 마친
아내와 첫 해를 마중하러
새벽 어둠 뚫고 나선다
현관문 열리는 소리에
나무에 앉아 졸던 직박구리
건너편 나무로 날아간다
아, 또 한 마리 거기 있었구나.
그래, 올 한 해
축복이 폭설처럼 내리지 않아도
낯선 길섶에서 만난 하얀 민들레
그 생명력 바라볼 여유 있으면
다행이겠다, 한 쌍의 직박구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