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市 능선)

갑오년 첫날

능선 정동윤 2014. 1. 4. 08:08

갑오년 첫날/정동윤

 

일년에 한 번 울리는

보신각 종소리

전파 타고 전국으로 번지는

정월 초하루

 

종소리 들리는 종각 근처엔

나이 한 살 더 껴입은 사람들

혹한의 겨울 밤

추운 줄도 모르네

 

종각 속의 늙은 종

제 몸의 같은 자리

서른 세 번 두들겨 맞아

일 년 내내 깨어날 줄 모른다

 

앓는 소리 번지는 그 날

송구영신 예배 마친

아내와 첫 해를 마중하러

새벽 어둠 뚫고 나선다

 

현관문 열리는 소리에

나무에 앉아 졸던 직박구리

건너편 나무로 날아간다

아, 또 한 마리 거기 있었구나.

 

그래, 올 한 해

축복이 폭설처럼 내리지 않아도

낯선 길섶에서 만난 하얀 민들레

그 생명력 바라볼 여유 있으면

다행이겠다, 한 쌍의 직박구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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