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소개]
조선 후기 실학자 박지원의 열하견문기. 《연암집(燕巖集)》에 수록되어 있다.
청 건륭제의 칠순연을 축하하기 위해 1780년 그의 피서지인 열하(熱河·현재 중국 허베이성 청더·河北省 承德)를 다녀온 것을 기록한 여행기이다.
열하에는 18세기 초 건립된 청나라 이궁(離宮=별궁)이 있었다.
박지원은 팔촌 형님이던 정사(正使) 박명원을 수행하는 자격으로 청으로 갔다. 1780년 6월, 압록강 국경을 건너 열하에 도착한 뒤 그 해 8월, 다시 연경에 돌아오기까지, 여행 기록은 물론 청조 문인 명사들과의 친교나 청나라의 문물 제도 등에 대한 느낌을 날짜 순으로 기록했다.
이 책에는 중국의 역사·지리·풍속·습상(習尙)·고거(攷據)·토목·건축·선박·의학·인물·정치·경제·사회·문화·종교·문학·예술·고동(古董) 지리·천문·병사 등에 걸쳐 수록되지 않은 분야가 없을 만큼 광범위하고 상세히 기술되어있다.
수레나 선박의 활용과 벽돌의 사용, 지동설에 대한 중국 학자들과의 토론 등 청조의 번창한 문화와 문물을 본받을 것(북학·北學)을 주장, 조선 후기 실학사상의 기념비적 저작중 하나로 꼽히며 파격적 문장으로 국문학적으로는 영-정조(英-正祖) 연간 문체반정(文體反正)의 중요 저술로도 평가된다.
[저자] 박지원 (1737~1805)
박지원은 18세기 지성사의 한 획을 긋는 사건이자, 문체반정의 핵심에 자리하게 된 『열하일기』를 통해 불후의 문장가로 조선의 역사에 남은 인물이다. 그의 자는 중미(仲美), 호는 연암(燕巖)이었으며 그는 연암 박지원으로 우리에게 더 잘알려져 있다. 박지원은 1737년 서울 서소문 밖 야동, 노론 명문가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과거를 통한 입신양명이라는 코스에서 벗어나 이덕무, 홍대용, 이서구, 백동수 등과 어울려 수학하였다. 1780년에 삼종형 박명원의 자제군관 자격으로 청나라에 다녀와서 『열하일기』라는 저서를 남겼다. 그는 69세에 “깨끗이 목욕시켜 달라”는 말을 유언으로 남기고 운명을 달리했다.
열하일기] 실사구시의 새 시대를 노래한 북학파 학자의 중국견문기
利用厚生
利用이 있은 후에야 비로소 厚生이 될 것이요. 후생이 있은 후에야 비로소 질서를 바로잡을 것이다. 밥이 하늘이라고 말씀하시던 함석헌 옹이나 김지하 시인 생각이 나게 만드는 글인 듯하다. 여행을 통해서 견문을 넓히고 지식인의 욕구만 충족시키면 그만일 것을 머나 먼 중국 땅에서 우리는 왜 이렇게 못 살고 있는지 고민했을 선생님을 생각해 보면 가슴이 먹먹해 오는 느낌이다. 왜 박지원 선생님이 북학파의 어른 역할을 하고 있는지 새삼 느끼게 하는 대목인 듯하다.
열하일기는 총 12책으로 구성된 여행기이다. 조선에서 북경으로 북경에서 다시 열하로 엄청난 거리의 많은 장소를 거치면서 관찰한 사물에 대한 세심한 기록, 구체적 여정, 만난 사람의 행태, 중국 사람들의 풍속 그리고 무엇보다도 수레나 벽돌 같은 물건들을 만나면서 이용후생의 실리를 설파한 내용들의 집합이라 할 수 있다.
책 속에 나오는 허생전이나 호질을 통해서는 양반유학자들의 위선과 아첨에 대하여 풍자를 통해 호되게 꾸짖기도 하고 아예 북벌의 상징을 등장시켜 북학의 당위성에 대한 훈계를 노골적으로 하는 것이 묘사되어 있는 것을 보면 비생산적인 행위에 대한 적개심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또한 허울에 사로잡혀 정작 받아들여야 할 것을 수용하지 못하는 조선 정권의 무능함이 얼마나 불만스러웠는지를 느낄 수 있다.
털모자 하나를 두고 느끼는 작가의 생각은 지금 시대의 모습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듯 하다. '천 년을 가도 헐지 않는 은으로 한 겨울만 쓰면 내버리는 모자와 바꾸고, 산에서 캐내는 한정 있는 은으로 한 번 가면 다시 돌아오지 못 할 땅에 버리니 얼마나 그 생각이 깊지 못한 일인가?' 참 예리한 비유다. 소비적인 물품을 구매하는 데 국력을 낭비하는 대신에 수레가 다니는 길을 닦고 수레를 만들면 얼마나 좋았을까? 백성들의 삶은 얼마나 더 윤택해 질 수 있었을까? 지금도 얼마나 불필요한 소비들이 많이 일어나는가 생각해보면 시대가 지나도 인간이 가지고 있는 허영의 욕망은 변하지 않는가 보다.
또한 수레와 벽돌을 보고는 이는 사람의 생활과 직접 관계되는 물건이니만큼 불가불 급히 기록한다고 되어 있고 산이 많아 우리나라의 실정에는 맞지 않는다는 논리를 반박한 것을 보면 그의 논리적인 틀이 숨막히는 지경이다. '수레를 이용하지 않고 보니 길을 닦지 않는 것이고 수레만 쓰게 된다면 길은 저절로 닦일 것이니 어찌 거리가 비좁고 고개가 험준함을 근심하겠는가? 수레가 못 다니는 것은 한 마디로 모두가 선비와 벼슬아치들의 죄이다'. 참으로 통렬한 비판이자 자기 반성이 아닐 수가 없다. 또한 모든 가치를 실용적인 쓰임에 우선두는 것을 보면 정말 그 시대를 앞서 간 선각자라 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이런 실용적인 장면들이 있는가 하면 도강록에서 강을 건너다 빠져서 위험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위기를 모면한 순간을 '내가 이렇게 날렵한 줄을 나 또한 몰랐다'고 말하는 대목은 참으로 기지와 해학을 가진 면모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날씨로 이동이 어려울 때 투전판에서 일어나는 분위기 묘사는 그 사실성이 너무 뛰어나 내 모습이 투전판 안에 들어가 있는 느낌이 들 정도다.
종종 턱이 빠질 정도로 웃도록 만드는 책이라는 얘기를 들으며 필사본이 9종이나 되며 정조의 문체반정의 시발이 되었다는 점은 그 재미의 정도가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반증하고 있다 하겠다.
이처럼 토속적 농담과 패관문학의 소품문을 지향하며 양반사회의 허구성과 북벌의식의 비판의 날을 세운 열하일기야말로 재미와 시대정신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진정한 우리말 문학의 자산이 아닐까 생각한다. 또한 옛 것을 벗삼아서 새로운 것을 창출한다고 하는 法古倉新의 정신이야말로 이 책이 전하는 중요한 메시지 중 하나라 할 것이다. 오늘날 수 많은 젊은이들이 공무원 시험이나 의사, 판사, 변호사 등 양반유학자들의 과거시험에 매달리는 행태를 반복하는 모습을 보면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하겠다. 그 때의 선생님이 이 시대를 다시 한번 산다면 허생전이나 호질보다 더 과격한 무기를 들고 와서 호되게 꾸짖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끝으로 이 책을 읽으며 나에게 정말 큰 감동은 선생님이 출발할 때 챙겨가신 여행준비물에 있다. 벼루, 석경 붓 두 자루에 먹 한 장, 공책 4권 등 기록을 최고의 가치로 삼은 선생님의 그 정신이야말로 살아있는 선비정신이자 백성들의 이용후생을 염려하는 학자의 모습 그 자체가 아닌 가 생각해본다.
이제 여행은 끝났다. 아니 300년 전에 이미 끝난 여행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많은 사람의 이용후생을 생각하며 진정한 실천의 문제를 고민할 때, 법고창신이라는 용기 있는 태도를 가지고 시대적인 부조리를 비판적인 시각으로 고쳐나갈 때 비로소 진정한 여행은 시작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선생님은 그 시대에 그 도리를 다 하셨고 우리는 우리 시대에 맞는 저마다의 도리를 다 해야 하는 것. 이것이 열하일기를 읽고 돌아서는 우리들 인생의 새로운 여정인 것이다.
의대나 로스쿨 등 일부 과정에 지원자가 몰리고 있다. 국가 전체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필요하고 이러한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전문가가 우대받는 사회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중국과 조선의 체험을 통한 비교를 기록한 열하일기는 박지원의 사회개혁사상인 농업경제에 입각한 대토지사유화를 배제하고 농업생산력을 높여 농민경제를 안정시키고자 하였으며, 생산력 발전을 위하여 농업을 기본으로 인정하면서도 광업·수공업·임업 등을 비롯하여 교통·운수·상업·대외무역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나라와 백성의 부유와 풍족한 생활을 위해, 교통운수 시설의 발전으로 자급자족형태의 자연경제 울타리를 넘어선 국내시장의 통일을 염두에 두었고 부국강병을 위한 광산자원의 적극적 이용과 산림개발을 주장하였다.
이상의 내용은 현대사회의 국가운영 방식이나, 일반 국민들의 생활방식에도 동일하게 요구되는 사상이며, 당시의 군주제 사회에서는 신분적 차별과 상공업 경시 풍조 등이 이상적인 사상의 확대 발전에 제약이 있었음에 그 효과 및 전파가 어려웠다고 생각한다. 요즘의 국내 사회풍조 역시 생산적 경제활동이 일부 정치가 및 이익집단화 된 관료체제로 인해 국민을 위한 정부, 국회가 아닌 자신들의 이익보호 및 정치수명 연장 및 유지를 목표로 하는 풍조가 만연하고 있어 이를 타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열하일기] 실사구시의 새 시대를 노래한 북학파 학자의 중국견문기
ㅇ 법고창신의 정신을 통해서 본 현대사회의 문제점과 해결방안
-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을 바라보면 너무나 '물질만능'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듯 하다. 하다못해 "부자되세요"란 인사말까지 있고.. 돈을 최고의 가지로 삼는 모습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으니 말이다.
- 우리의 옛 선조들도 그러하였는지는 잘 모르겠으나(황금보기를 돌같이 하라 등의 말이 있는것을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았던것 같긴 하지만) 최소한 관료들은 '청백리'를 표상으로 삼고 탐관오리에 대해선 가차없이 처벌을 하였던 것으로 보아, 또 정신세계를 중시하였던 것으로 보아 '물질만능'이 아닌 '도덕사회'를 지향하였던 것은 맞는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너무나도 "돈,돈,돈"을 외치면서 삶에 여유가 없이 살고 있는것이 아닌가 싶다. 우리들은 '욕심을 조금씩만 버리고' '서로 양보하면서' '염치'라는것을 가지고' '상대방을 배려하면서' 산다면 좀금 더 여유있고 살기 좋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열하일기에는 유명한 호질(虎叱)과 허생전(許生傳)이 실려 있다. 이 두 작품은 오늘날 박지원의 대표적 한문소설로 간주되고 있지만, 실은 우언(寓言)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호질에서는 '범'과 '북곽(北郭)선생', 허생전에서는 '허생'과 대장(大將) '이완(李浣)'이라는 다분히 허구적인 존재들이 주고 받는 문답이 작품의 핵심을 이루고 있을 뿐더러, '범'이나 '허생'이 작자를 대신하여 펼치는 도도한 웅변에 작품의 흥미가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박지원은 이러한 우언의 형식을 빌어, 가급적 물의를 피하면서도 당시 양반들의 위선과 무능을 통렬히 풍자하는 한편 자신의 실학사상을 더욱 설득력 있게 전달하고 있다.
이와 같이 소설로 알려진 호질과 허생전에 소설적인 속성만으로는 설명되기 어려운 특징이 다분한 반면, 열하일기에는 얼핏 소설과 거리가 먼 형식을 취한 듯한 부분들에서 도리어 소설적인 특징이 뚜렷이 드러나고 있다. 특히 도강록이하 환연도중록(還燕道中錄)에 이르는 전반부 7편은 압록강을 건넌 뒤 북경을 거쳐 열하에 갔다가 북경으로 되돌아오기까지의 여정을 기록한 일기임에도 불구하고, 소설식 표현 기법을 종횡무진 구사하여 소설보다 더욱 흥미진진하게 읽힌다.
열하일기에 나타난 소설적 특징으로서 첫째로 들 수 있는 것은, 여행 중에 겪은 아무리 사소한 사건일지라도 이를 장면 중심으로 교묘하게 구성하여 매우 풍부하고도 흥미있는 체험담으로 재현해낸 점이다. 또한 이와 같이 장면 묘사를 추구한 대목들에서는 육성을 방불케 하는 생기 있는 대화를 구사하고 있다. 중국인과의 대화는 반드시 구어체인 백화(白話)로 표현하여 실감을 더하고 있으며, 우리말 대화 장면에서는 조선식 한자어와 우리 고유의 속담을 구사하여 토속어의 맛을 살리면서 해학적 효과도 거두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열하일기는 소설처럼 곳곳에 일종의 복선을 설정하여 가급적 사건의 서술을 짜임새 있고 흥미로운 것으로 만든다. 그 한 예로 「막북행정록(漠北行程錄)」편 8월 5일자 일기에서 북경에 막 도착한 일행에게 열하로 급히 오라는 황제의 명이 떨어져 소동이 벌어진 대목을 들 수 있다. 여기에서 박지원은 자초지종을 곧바로 밝히지 않고, 먼저 정사(正使) 박명원(朴明源)이 간밤에 열하로 가는 이상한 꿈을 꾸었다고 이야기하는 장면부터 그린다. 그러고 나서, 숙소에 난데없는 소란이 일어나 그 원인을 알지 못한 일행이 법석을 피우고 청나라 통역관들이 허둥대는 우스꽝스런 모습을 묘사하여 독자들의 궁금증을 잔뜩 돋운 뒤에야 비로소 열하 여행이 갑작스레 결정된 경위를 밝힘으로써, 사건을 한층 더 흥미 있게 서술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아울러, 열하일기는 소설처럼 정밀한 세부묘사를 통해 대상을 사실적으로 표현하려는 경향도 뚜렷이 보여주고 있다. 열하일기의 도처에서 박지원은 여행 도중에 보고 겪은 자연 풍경과 기상(氣象) 변화를 자세히 묘사하고 있는데, 이는 이역만리의 낯선 땅을 직접 여행하는 듯한 실감을 자아내게 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또한 그는 수레와 기계류, 벽돌을 이용한 건축물, 선박과 교량 등 청나라의 갖가지 문물에 대해서도 과학적인 엄밀성을 갖추어 상세히 묘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열하에서 구경한 중국의 신비로운 마술들이나 청나라 황제에게 진상한 세계 각국의 기이한 새와 짐승 따위를 여실하게 묘사함으로써, 이 세계가 경이로운 현상들로 가득 차 있음을 충격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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