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당구시합이 있어서
혼자 북한산을 찾았다.
구기동에 올 때마다 이 오동나무를 눈여겨 보고 있다.
최근 들어 가장 건장한 모습으로 잎도 싱싱하고 열매도 알차 보였다.
한때 환승역처럼 붐비던 북한산 구기동 코스가 이제는 불광동으로
그 소란스러움을 모두 넘겨주고 한가로이 지낼 수 있기 때문일까?.
사람들 발길이 뜸해진 산골에 멧돼지의 출몰이 잦다.
오늘은 멧돼지 가족 5 마리가 산길을 휘젓고 내려와 119 대원들과 대치 중이다.
멧돼지도 사람을 피하여 오다 보니 이곳 구기계곡 하류까지 왔나보다.
등산객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멧돼지 포획을 지켜보고 있다.
대남문까지 가는 길에 멧돼지들이 땅을 뒤집어 갈아놓은 곳이 자주 보였다.
북아등 초기에 이 길을 얼마나 많이 다녔던가?
사람의 발길이 줄어드니 멧돼지가 다닐 정도로 자연은 빨리 회복되고 있나보다..
그래서인지 산길이 더 적막하고 기분은 콧노래가 절로 나올 만큼 상큼하였다.
저 하늘의 파랑색, 자연이 베풀어 주는 가장 완벽한 색처럼 보인다.
그래서 하늘과 바다는 모두 저 파랑을 독점하고 있나보다.
그 아래 화강암이 햇볕을 받아 눈이 부신 문수봉.
반대쪽의 보현봉과 쌍벽을 이루며 불가의 도량으로 문수사를 품고 있다.
남산에서 보면 비봉 능선 중에서 이 봉우리가 잘 보인다.
계곡에서 대남문 방향이 아닌 왼편으로 문수사로 올라오면 입구에 해우소가 보이고
그곳을 통과하면 사리탑인 부도와 비석이 보인다.
이따금 오는 문수사도 오래 머물지 않고 바람처럼 스쳐 지나가 버렸는데
오늘은 차분하게 시간의 재촉을 받지 않고 둘러 볼 수 있었다.
절이라고는 하지만 규모는 좀 큰 암자 정도이다.
고려시대에 문수암으로 시작 하였으니 천년 고찰이지만
사세를 확장하려해도 더 넓힐 공간이 별로 없다.
그래도 쉽게 소멸되지 않고 천 년을 이어왔다.
대웅전에는 가운데 부처의 수인이 악마의 작난을 물리쳤다는
항마촉지인으로 석가모니불을 모셨고
좌우의 협시는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이 아닐까 생각된다.
스님의 염불소리가 청아하게 들리나 내용을 모르니 답답하기도 하였다.
경주의 석굴암과 비교되지 않지만 자연스레 만들어진 동굴을
천연문수동굴로 이름 짓고 역량있는 스님들이
오랫동안 이곳에서 불심을 다듬었을 것이다.
동굴 안에는 문수보살을 모셨다.
중국의 오대산이 문수보살의 도량처라고 들었는데
우리나라도 오대산에 문수보살을 상주도량으로 믿고 신봉한다고 들었다.
문수보살은 사람들의 지혜의 좌표가 되고
보현보살은 세상 속에서 실천적 구도자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한다
응진전은 석가모니를 중심으로 좌우에 아난(阿難)과 가섭(迦葉)을 협시로 모시고,
다시 그 주위에 16나한상을, 끝부분에 범천(梵天)과 제석천(帝釋天)을 함께 봉안한다.
문수사는 대웅전과 응진전, 두 개의 건물 뿐이다.
이곳에 와 본 이래 오늘이 가장 한산하고 조용하였다.
새소리와 바람소리 그리고 독경소리만 들렸다.
암행어사 박문수,초대 대통령 이승만의 모친도
이곳에서 기도하고 아이를 가졌다고 아래에 적혀있다.
대남문을 지나 문수봉으로 올라서
발 아래 문수사를 내려다 보았다.
앞으로 혼자 산행할 기회가 되면 북한산의 사찰을 짬짬이 방문하여
불교문화의 자취를 더듬어 보며 감상해 보려고 한다.
길 위에 있으면 행복해 지고,
낯선 곳으로 떠나면 기분은 충만해진다.
청수동암문으로 가지 않고 험로를 택하여 승가봉 방향으로 내려갔다.
혼자 험로로 내려 가니 마음이 쫄아들고 아찔아찔 하였지만
잘 알고 있는 길이라 찬찬히 내려갔다.
승가봉(567m) 근처에서 점심을 먹고 쉬었다.
독박골에서 불광천 입구인 응암역까지 7022번 버스로 와서
여기서부터 한강까지 5.2KM 걸었다.
가을 햇살이 따가왔지만 가끔 불어주는 강바람이 고마왔다.
성산대교 아래 한강공원에서 성산대교를 건너
당산역까지 걸었다.
색소폰 연주자의 음악은 흘러 온 옛노래다.
당산역으로 통하는 욕교를 지나 당구시합을 하는
영등포구청역 인근의 프로투까지
약 7시간 반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당구 동호인 친구들과
즐거운 저녁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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