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승역에서/정동윤
한 떼의 누들이 강기슭에 도착했다.
우르르 밀려와
빈틈없이 채우는 강 언덕
기를 쓰고 올라간다.
언덕을 빠져나오면
콘크리트 들판의 창백한 불빛들
그 불빛 속의 메마른 풀잎 뜯으며
한 달을 견디는 그들.
먹이를 향한 길고 먼 행렬
먹어도 먹어도 채워지지 않아
움직이는 계단 위에서
또 걸어가며
꿈을 찾아 헤매는 사람들
한 때 나도 그렇게 바빴다.
멈추지 않는
에스컬레이터 위에서
이제는 가만히 오르내리고 싶다
바쁜 누들의 시간을 비켜서서
해가 지면
다시 긴 강을 거슬러 올라와
관목 아래 마른 풀 짐 내려놓고
지친 다리 쭉 뻗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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