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市 능선)

딱 두 해만 더.

능선 정동윤 2015. 11. 19. 16:47

딱 두 해만 더 /정 동 윤

 

두 해만 더 버티면

나무는

몹쓸 바람에 쉬 넘어지지 않고

오랜 가뭄에 덜 목말라하며

뿌리를 원망하거나

잎이 한 일을 탓하지 않고

쉽게 고사하지 않을 것 같다.

 

두 해만 더 버틴 후에

나무는

사나운 태풍의 협박이나

직사광선의 뜨거움이나

헐벗게 만드는 영하의 날씨도

두려워하지 않을 것 같다.

 

두 해만 더 견디면.

멧돼지가 와서 부딪히고

까치가 제멋대로 집을 짓고

한여름에 낙엽을 강요해도

죽지는 않을 것 같다.

 

한 갑자 넘긴 나무이지만

딱 두 해만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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