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市 능선)

중랑천에서

능선 정동윤 2016. 3. 28. 21:18

중랑천에서/정동윤

 

중랑천 하류

한강과 만나는 곳에

물새들이 군데군데 뭉쳤다.

무슨 모임인지 몰라도

물 위에서 서로 마주보며

찧고 까불고 푸득거리며

활기차다.

넙적부리 물닭 댕기머리

알락오리 고방오리도

구석의 왜가리도

말 할 기회를 기다린다.

 

지상으로

인간들이 걸어가는지

자전거로 달리는지

망원경으로 자신들을

훔쳐보는지

신경쓰지 않는다.

 

나그네새의 삶을,

눈부신 하루를,

빛나는 물결 위에

둥둥 띄우며

온전히 자신을

맡기는 것이다.

하루를 충실하면

온 생애가 충실하듯.

 

이 봄 날

노란 생강나무꽃 피어나는

삼각산 기슭에

시산제 막걸리 냄새

진동하는 시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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