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랑천에서/정동윤
중랑천 하류
한강과 만나는 곳에
물새들이 군데군데 뭉쳤다.
무슨 모임인지 몰라도
물 위에서 서로 마주보며
찧고 까불고 푸득거리며
활기차다.
넙적부리 물닭 댕기머리
알락오리 고방오리도
구석의 왜가리도
말 할 기회를 기다린다.
지상으로
인간들이 걸어가는지
자전거로 달리는지
망원경으로 자신들을
훔쳐보는지
신경쓰지 않는다.
나그네새의 삶을,
눈부신 하루를,
빛나는 물결 위에
둥둥 띄우며
온전히 자신을
맡기는 것이다.
하루를 충실하면
온 생애가 충실하듯.
이 봄 날
노란 생강나무꽃 피어나는
삼각산 기슭에
시산제 막걸리 냄새
진동하는 시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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