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市 능선)

숲속의 하루

능선 정동윤 2019. 5. 17. 12:43

숲속의 하루

 

난 숲으로 출근해서

시내로 퇴근한다

 

전철역에서 한참 걸어

열린 숲으로 들어서면

박새 멧비둘기 산까치

아침을 깨우는 소리

초록 숲의 정령들이

내뿜는 맑은 공기와

올챙이 꼬물락거리는

물길 얕은 계곡의

개울물 소리

 

부드러운 바람 일렁이는

일터에 앉아

햇볕과 시간에 맞춘

나무와 풀의 일정

꽃 이파리 열매로 이어지는

자연의 변화를 응시한다.

 

숲을 찾은 아이들이

꽃처럼 풀잎처럼

나무처럼 산새처럼

그늘 너른 숲과 하나 되어

실컷 놀다 간 뒤

산 그림자 느리게 내려오고

노을 번지면

하루를 마감하는 숲,

 

산새들 보금자리 깃들 즈음

적막해진 숲에 빗장을 걸고

지는 해 바라보며

새삼 자연의 질서에

가슴 뭉쿨한다.

 

숲속의 하루를 마감하고

아직도 훤한

오솔길로 퇴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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