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市 능선)

삼각관계

능선 정동윤 2019. 5. 18. 10:21

삼각관계

 

제가 에너지가 좀 넘쳤는지

요즘 조강지처와 애인,

둘째 부인 사이에서

사랑의 곡예를 하고 있다면

믿으시겠어요.

 

저의 뜨거운 사랑은

인왕과 남산 북한산입니다.

인왕은 조강지처요

북한산은 화려한 애인이요

남산은 애교스러운

둘째 부인이지요

 

내 일찍 인왕과 눈이 맞아

치마바위 기차바위 범바위

차곡차곡 세간으로 들여놓고

밤늦도록 노닐기도 하고

소나무 아래서 팔베개하며

낮잠을 즐기기도 했지요

 

그 인왕에서 바라본 북한산,

넋을 빼고 바라보다가

주말마다 몰래 빠져나와

데이트를 즐겼지요

단 한 번도 실망시키지 않아

천 번을 만나자

약속까지 해놓고

850번째 이후

만나지 못하고 있지요

보고 싶습니다.

 

사실은 뒤늦게 맞이한 남산에

정신을 빼앗겨

시간만 나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요리조리 구석구석 쓰다듬으며

깊숙이 빠져들어

헤어나기가 어렵습니다

 

이따금

조강지처의 처소에 무심한 척

슬쩍 들어서면

인왕은 화들짝 놀라며

치마가 벗어지는 줄 모르고

뛰어나오기도 합니다

인왕의 너그러운 품성과

덕망을 잘 알고 있으니까요

 

애인 북한산은

언제 오느냐고

연신 문자 보내오지만

요즘 제가 좀 바쁘거든요

화려한 북한산은

우리나라 5대 미인에 들 정도로

알아주지만 제 앞에서는

언제나 다소곳 하거든요

바쁜 일을 마치면 한바탕

질탕하게 길게 종주 할 계획입니다

 

오늘

눈 내리는

남산의 봉수대 옆에서

눈 덮힌 애인 북한산과

조강지처 인왕의 손짓을

온몸으로 느끼며

불끈 솟는 에너지와

꿈 같은 행복감에 취해

남산을 꼭 껴 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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