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촌 거닐다
입춘이 지난 후
다른 별에서 온 행성처럼
작은 궤도를 만들어
천천히 골목 따라
서촌을 돌았지요
아주 작은
이정표 하나에도
켜켜이 쌓인 이야기
겨울눈처럼 바라보며
공감의 눈빛도 나누었고요.
바람 찬 날
걷기 좋아하는 사람들
늘 하던 공간 이동
잠시 멈추고
시간 여행을 떠났지요
걷다
지치면 쉬고
쉬었다 힘이 나면
다시 걸으며
역사의 뒤안길 오르내리다
샘이 깊은 곳에서
시간의 물을 퍼올려
따뜻하게 목도 축이며
옛 지도 위로
한나절 거닐다 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