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市 능선)

어떤 동창들

능선 정동윤 2019. 5. 18. 11:15

어떤 동창들.

 

60 고개 넘기고부터

감성에 먼지가 폴폴 날린다.

 

모처럼 만났지만

이제는

침 튀기는 놈도

술 외치는 놈도

안주 축낸다고

화내는 놈도 없다.

 

얌전한 반려견처럼

주는 접시만

깨끗하게 비우고

흘낏흘낏 시간을 잰다.

 

욕망도 호기심도 빠진

기계 인간처럼

메마른 표정의 조바심으로

전철역을 흘낏거린다

 

2차를 외치거나

차라도 한 잔 더 하자거나

헤어지기 아쉬워

골목을 서성이지도 않는다.

 

스무 명이 모여도

한 탁자만큼만 얘기하고

나머진 악수할 때

몇 마디 안부가 전부다.

 

그래도 오래 만났으니

친구라고는 한다.

다시 만날 때까지

까맣게 잊고 지내면서

 

그저 예식이나 장례식장에서

자주 만나는 동창 관계.

I

'나의 이야기(市 능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솔잎 하나  (0) 2019.05.18
해 질 무렵에  (0) 2019.05.18
무엇으로 그리워 할까요  (0) 2019.05.18
한밤중에 일어나서  (0) 2019.05.18
아직도 꿈을 꾸는가  (0) 2019.0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