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질 무렵에
나도 물방울 같은 시 한 편
얻을 수 있을까? 해 질 무렵에
베토벤이 음악을
겸재가 그림을 얻어 내듯이
먼저 간 친구의
유골을 조금 얻어
산속에 묻고 돌아오는 길
내리막 상념이 깊어 지는데
아이들과 놀다
아이들보다
더 즐거운 부리로
숲을 울리는
딱따구리 소리나,
겨울나무에
반찬이 적어도
별 불만 없는 식성으로
즐겁게 외치는
직박구리 긍정이나,
얽매이지 않고
어디든지 날아가
이야기 들어주고
슬쩍 사라지는
바람의 경쾌함이나,
그런 이야기 모아
손끝으로 톡톡 두드리면
시가 되고
의미가 되는
아주 소박한 마음이
일상을 시로
시를 일상으로,
단순하게 살아도
번잡 비껴가는 나이가
책상에 혼자 머물면
물방울 같은
촉촉한 한 생애가
노을 번진 하늘처럼
아름다운 시 한 편
얻을 수 있을까? 해 질 무렵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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