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촌에서 길상사까지
봄이 오기 전에
겨울이 가기 전에
우리 산길 한 번 걸어요
서촌에서 길상사까지.
경복궁역에 내려
서촌을 거닐며
이야기 많은 인왕 아래
수성동 계곡으로 가는 거죠.
솔향 짙은 숲길을 걷고
많은 예술가가 다녀간
인왕 옛길 따라 자하문
북악으로 건너가는 거죠.
좀 일찍 만나도
북악의 계단은
역시 가팔라 힘들겠죠
쉬엄쉬엄 오르지요, 뭐.
밥때 정해 서둘지 말고
역사의 풍경 속으로
조선의 선비처럼
느릿느릿 즐기며 걸어요.
백악의 동쪽 끝 와룡 공원
길 건너편 골짜기의
사연 깊은 길상사로 건너가요
걸어서요.
식민지 시대에 눌린
자작나무를 좋아한 시인 백석
시인이 사랑한 여성,
김영한, 진향, 자야, 나타샤
그 여인이 시주한 길상사
지고지순 사연 품은 대원각 주인
서울의 문화 한 자락
그날 살짝 엿보며 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