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市 능선)

회양목

능선 정동윤 2019. 5. 19. 19:48

회양목

 

 

내 나이테는 늘 좁았다.

가끔 폭넓은 시절도 있었지만

지나보면 잠시뿐

몸집 키울 정도는 아니었다.

그 좁은 틈에서도

내 삶의 진솔한 애환들

촘촘히 심어두었다.

 

키 큰 나무들

주인공처럼 모여

쭉쭉 자랄 때

그들 곁의 낮은 어깨로

든든한 울타리가 되고

겸손한 배경으로

조용히 머물기도 했다.

 

세상의 복판에서 벗어나

변두리에 서성이면

키 큰 나무 그림자가

자주 덮고 지나가지만

그 나무보다 더 오래,

더 나중까지 살았으니

됐다. 눈 감아도 후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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