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왕산
그 산 그다지 높지 않아
서촌 가까이 있어 좋다.
왕의 사랑 분홍 치마
너른 치마바위에 펄럭였고
억년 절벽에 핀
어린 소나무를 감싸주는 산
무악재에서 북한산까지
효자를 태워준 범바위가 있는 산
기도와 촛불 치성
선바위 해골바위 골짜기엔
좀 으스스한 공기
온통 솔향 가득 피어오르고
부암동이 된 붙임바위
기차바위 지나 탕춘대성은
옛 그대로 우직한 모습,
천천히 성벽 따라
창의문으로 내려가면
일본 이름이
부끄러워 잠 설친 윤동주
배고파 눈이 퀭한 화가 이중섭도
중얼중얼 꿈꾸던 시인 이상도
송석원 시화회를 꽃 피운
올곧은 위항 문인들도
친구의 쾌유를 빌며 일흔여섯에
인왕제색도 그린 겸재 정선도
예술을 사랑한 왕자 안평대군도
모두 인왕을 다녀간 사람들,
한양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화강암이 하얗게 빛나는 산
청계천이 시작되는 계곡
숨어있는 가온다리가 출렁이고
사라졌다 찾아낸
300년 전 기린교 돌다리가 정겨운
이들을, 이 산을 잊지 못한다.
이 산 그다지 높지 않아
전철역 가까이 있어 참 좋다.
'나의 이야기(市 능선)'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탕춘대성 (0) | 2019.05.19 |
---|---|
아침 인왕산 (0) | 2019.05.19 |
회양목 (0) | 2019.05.19 |
또 인왕산에 (0) | 2019.05.19 |
서촌에서 길상사까지 (0) | 2019.05.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