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市 능선)

인왕산

능선 정동윤 2019. 5. 19. 19:49

인왕산

 

 

그 산 그다지 높지 않아

서촌 가까이 있어 좋다.

 

왕의 사랑 분홍 치마

너른 치마바위에 펄럭였고

억년 절벽에 핀

어린 소나무를 감싸주는 산

무악재에서 북한산까지

효자를 태워준 범바위가 있는 산

 

기도와 촛불 치성

선바위 해골바위 골짜기엔

좀 으스스한 공기

온통 솔향 가득 피어오르고

부암동이 된 붙임바위

기차바위 지나 탕춘대성은

옛 그대로 우직한 모습,

 

천천히 성벽 따라

창의문으로 내려가면

일본 이름이

부끄러워 잠 설친 윤동주

배고파 눈이 퀭한 화가 이중섭도

중얼중얼 꿈꾸던 시인 이상도

송석원 시화회를 꽃 피운

올곧은 위항 문인들도

친구의 쾌유를 빌며 일흔여섯에

인왕제색도 그린 겸재 정선도

예술을 사랑한 왕자 안평대군도

모두 인왕을 다녀간 사람들,

 

한양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화강암이 하얗게 빛나는 산

청계천이 시작되는 계곡

숨어있는 가온다리가 출렁이고

사라졌다 찾아낸

300년 전 기린교 돌다리가 정겨운

이들을, 이 산을 잊지 못한다.

 

이 산 그다지 높지 않아

전철역 가까이 있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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