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밤
밤 열 시가 지나
교육원을 나서는데
섣달의 밤공기가 사뭇 차다
도시의 밤하늘 박힌
가물거리는 별빛 서너 개
아슴아슴하니 반갑다.
초저녁 샛별이야
어디서나 자주 볼 수 있지만
훤한 도심의 밤에서
별빛 헤아리기가 그리 쉬운가?
맑아진 공기가 차갑다.
차가워서 더 빛나는 별빛 아래
막차 시간에 쫓긴 조바심들이
총총 지하철로 정류장으로
부산스레 흩어진다.
광화문과 옛 육조거리 지나
숭례문에서 남산 가는 언덕길
다시 다리에 힘이 솟는다.
돌연 아까 강의에서
1910년 한양공원을 한성공원이라
단호하게 답하는 교수의 표정이
옛 한양공원 올라가는 길에
좀 구차하게 가물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