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래된 양복점
우리 동네 "쎄븐양복점" 사장이
매일 아침 등산복 차림으로
다니는 내가 궁금해서
오늘은 벼룬 사람처럼 묻는다.
"일은 하지 않고 매일 등산만
다니시냐"고
"나는 숲해설가로 오전에 숲에서
아이들과 많이 보내는데
등산복이 편해서"라고 하자
"미안합니다. 부러운 일이네요"
냉장고에서 박카스 한 병을 꺼내준다.
그는 23살 새파란 나이 때
이곳에 처음 양복점을 열었고
당시 나도 결혼 예복을 맞추었는데
이제 그의 나이 예순이 되어
마을의 정자나무처럼 서 있다.
기성복 시대가 되어
수많은 양복점이 도태되어도
허름한 점포에서 한 땀 한 땀
37년간 직접 일구어낸 양복이
민들레같이 번져 지금은
부산, 광주에서도 찾아온단다.
자신의 그림자만큼만 주문받고
욕심부리지 않는 겸손은
양복점 간판에 전화번호가 없는
자신감으로 이어진 성공은
그 앞을 지날 때마다 쳐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