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자령 길/정동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2월 선자령 바람이
군기 잡겠다고 덤벼드니
모두 정신 바짝 차린
훈련병이 되어
스패츠 아이젠 방한모 선글라스
척척척 장착하였다.
선자령 능선길은
눈이 젖도록 파란 하늘
사람도 업어가려는
고집 센 깡바람,
빙글빙글 조롱하듯
내려다보는 풍력발전기
등산화를 물고 늘어지는
심술꾼 춘니의 질척거림도
뿌리치며 걸었다
돌아오는 아늑한 계곡 길엔
아직도 많이 남은 하얀 눈
깡바람이 빠져나간 평화
얼굴 가득 여유로운 웃음 번지고
얼음 아래엔 졸졸 봄소리
눈밭 속의 상큼한 휴식도 가졌다.
황태 덕장 황태해장국집에서
황탯국과 술 한 잔, 물 한 잔
걷기는 고급, 등산은 초급
선자령 다녀온 노곤한 사람들
버스는 쿨쿨 잠을 태우고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