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 청계산
긴 겨울을 밀어낸
우수의 한나절
봄을 열려는 청계산
계곡 얼음 밑엔 물소리
금방 꽃망울을 터뜨릴 것 같은
동그란 꽃눈 생강나무
낙엽 더미에 숨어있는
갈참 도토리도 기지개 켠다
봄을 시샘하듯
질척이는 춘니가
등산화 물고 늘어져도
겨울 넘긴 나무의
연초록 새 가지 보며
덩달아 주먹 불끈 쥔다.
옥녀봉 신갈나무 아래
손바닥에 놓인 빵 부스러기
나무 아래위 오르내리며
먹이 쪼아먹는 동고비,
배고파도 의심이 많아
전전긍긍하는 곤줄박이,
과감하고 잽싸게 먹이를
채가는 쇠박새들
산속이 왁자하다.
지금은 산새들의 춘궁기
먹이 부족한 숲에서
냉혈 동물의 손바닥도
두렵지 않은 배고픔
생존을 위한 그 날갯짓이
왜 짠해 보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