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市 능선)

환승역에서

능선 정동윤 2019. 5. 25. 09:53

환승역에서/정동윤

 

한 떼의 누들이 강기슭에 도착했다

우르르 밀려와

빈틈없이 채우는 강 언덕

기를 쓰고 올라간다

 

언덕을 빠져나오면

콘크리트 들판의 창백한 불빛들

그 불빛 속의 메마른 풀잎 뜯으며

한 달을 견디는 그들

 

먹이를 향한 길고 먼 행렬

 

먹어도 먹어도 채워지지 않아

움직이는 계단 위에서

또 걸어가며

꿈을 찾아 헤매는 사람들

 

한 때 나도 그렇게 바빴다

멈추지 않는

에스컬레이트 위에서

이제는 가만히 오르내리고 싶다.

 

해가 지면

다시 긴 강을 거슬러 올라와

관목 아래 마른 풀짐 내려놓고

지친 다리 쭉 뻗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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