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겨울 북한산으로.
영하 9도의 아침 날씨
산 속은 더 춥다.
겨울산은 겨울산 나름의
칼칼한 매력이 있다.
독박골로 올라가는 초입은
춥지만 바람은 없었다.
능선에 올라서는 순간
바람이 몰아치고
우린 바람을 등에 업고
용소나무까지 직행 하였다.
수리봉에서 향로봉 사이
바람은 엎드려 있었으나
향로봉 오르는 바윗길에서는
날카로운 발톱 드러내며
맘껏 휘둘며 덤벼 들었다.
두꺼운 장갑,털모자
내복까지 무장하였으니
북서풍은 겉옷을 뻣뻣하게 만들며
뜨거운 입김만 흩어지게 할 뿐
산행의 의지를 꺾지 못한다.
찬바람에 물러서서 않고
향로봉 중턱까지 올라
산불감시소 오른쪽으로 돌아서니
남쪽의 온화한 햇볕이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반겨준다.
돌아보니 겨울바람만 뒤에서
혼자 윙윙거리고 소리치며
바윗길을 훑고 있었다.
즐겨찾는 소나무 휴식터
서울 시내와 남산 넘어 청계산까지
일직선 한 눈으로 바라보며
우리나라 5대 명산 북한산의 서쪽
너른 산의 품 안에서
도시의 잔잔한 풍광을 즐긴다
이렇게 겨울산 넘어
산 아래에서
해장국 한 그릇에 소주 석 잔
이 느긋한 즐거움엔
산에서 보낸 한나절
더 깊어진 내공을 느낀다
헤어져서 나는
세검정 창의문
청와대 광화문 남대문 거쳐
후암동까지 걸어왔다.
이런 날은 아무리 추워도
아무리 많이 걸어도
피곤한 줄 모르겠다.